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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1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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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그리스 총선판을 뒤흔든 건 사회당 파판드레우 대표의 당당한 한마디였다. “돈은 얼마든지 있다.” 무상 복지를 마구 늘리고 공무원을 무제한 채용하겠다는 공약 앞에 표심은 요동쳤다. 압승한 파판드레우는 축배를 든 지 한 달도 안 된 그해 11월, 방송 카메라 앞에 섰다. “이전 정부가 속여 온 재정 적자가 알려진 것보다 두 배 많고, 나라 재정이 이미 중환자실에 들어갔다.” 돈 걱정 말라던 당사자가 재정 둑이 터졌다고 고백하자 혹독한 대가는 그리스 국민의 몫이었다. 연금 수령액은 반 토막 났고, 공무원은 잘려 나갔고, 청년 실업률은 50%대로 치솟았다. 나라가 IMF 수술대에 오르자 청년 수십만 명이 해외로 탈출했다. 추락 직전인 2008년 그리스는 빚더미 위에서 ‘GDP 사상 최고치’란 착시를 누렸다.
그로부터 17년 후, 한국에선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했다. 경기도가 2038년까지 갚을 빚은 7조원이 넘고,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15%가 넘어 전국 광역지자체 중 최고다. 들어올 돈은 급감하는데 나갈 돈은 급증하는 구조적 불균형은 더 고약하다. 세수의 절반이 넘던 취득세 수입은 부동산 침체로 최근 4년 새 2조8000억원 넘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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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 복지 예산 같은 고정 지출은 같은 기간 5조6000억원 넘게 늘었다. 사람으로 치면 고도 비만인데 운동은 안 하면서 고칼로리 식단을 못 끊어 살찌는 속도가 엄청난 상황이다. 김동연 전 지사는 “확장 재정은 책임 있는 선택이었고 재정 위기가 아니다”라고 반박하는 등 자기들끼리 공방을 벌이고 있다.
국민은 분통을 터뜨린다. 이 비상 상황은 갑작스러운 게 아니다. 지난 수년간 세 차례 재난지원금 살포와 각종 기금·지방채를 끌어다 쓴 확장 재정의 ‘예고된 참사’다. 전문가들과 언론이 주야장천 경고했지만 도정을 이끈 주체들은 “재정 건전성 교조주의”라 비웃으며 귀를 막았다.
똑같은 사실 앞에서 상황에 따라 ‘건전’에서 ‘파탄’으로 바꿔 부르는 정치적 철면피를 뭐라 해야 하나. 자신들이 불질러 놓고는 막상 잿더미 위기에 처하자 소방관 옷으로 갈아입고 “불이야!” 외치는 꼴이다. 정치적 표를 구할 땐 자신들의 위대한 성과라더니 경제적 청구서가 날아오자 남 탓을 하는 적반하장에 혀를 찰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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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한심한 것은 이 부조리극을 목도하고도 경쟁하듯 따라 하는 지방정부들이다. 여야 가릴 것 없다. 추석을 앞두고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자체 10여 곳이 주민 1인당 수십만 원씩 현금을 뿌렸다. 얼마 전 호남의 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후보가 앞다퉈 ‘뽑아만 준다면 1인당 현금 100만원을 주겠다’던 일도 생생하다. 제 힘으로 공무원 월급조차 버거운 동네들이 땅 팔고 세금 끌어 돈을 뿌린다. 불과 한 세대 전 후손들에게 가난만은 물려주지 말자며 허리띠 졸라매고 악착같이 살던 그 정신은 어디로 갔나.
미래 세대까지 파괴하는 ‘방화범들의 소방관 쇼’는 다가올 더 큰 재앙의 예고편일 것이다. 전국 곳곳에서 유사한 비극 수십 편이 동시 상영을 준비 중이다. 산꼭대기 빙하가 녹고, 그 물이 흘러 둑을 터뜨려 결국 대참사가 벌어진 네팔의 비극은 자연 현상에 국한되지 않을 것 같다. 불황 때는 어렵다고 돈 뿌리고 호황 때는 미래 대비한다고 또 돈 쓰겠다는 정부의 곳간이 버틴다면 그게 기적이다. 1년에 빚 100조원씩 늘리면서 큰소리치는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가. 여기에 최근 미국발 금리 인상 조짐까지 겹치면서 늘어난 지방채 이자 부담마저 눈덩이처럼 불어날 상황이다. 이 모든 걸 표로 심판해야 한다니 더 무섭다. 돈 준다는데 싫다는 사람은 정말 없는 것인가.
=442" ta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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